열정을 가로막을 벽은 없었다. 주말에 무일푼으로 일하고, 평일 저녁에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무모했지만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며 청춘을 불태웠다.
윈드서핑 강사 박송이 씨는 지난해 십 년 차 윈드서퍼가 되자마자 강사로 전업했다. 회계학을 전공했지만 스포츠마케팅 기업에서 BTL 마케팅 업무를 수행했다. 주중에 마케터, 주말에 윈드서핑 강사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주7일 강사’로 변신했다. 윈드서핑이 어떤 매력이 있어서 직업을 바꿨는지 물었다.
“한강에서 저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큰 목소리와 밝은 에너지로 한강을 주름잡고 있어요. 초등학생부터 환갑을 바라보는 60대 부부까지 남녀노소 모두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산 좋고 물 좋은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어릴 때 날마다 물놀이를 하며 지냈다. ‘물에서 놀기’는 자신 있었는데 윈드서핑 첫 수업 때 와르르 무너졌다.
“보드 위에서 중심 잡기가 어려웠어요. 타기 바빠서 원리를 따질 겨를이 없었죠. 마지막 수업 날 바람도 적당히 불고 몸도 적응해서 비로소 타는 맛을 느꼈습니다. 여유가 생기니 살랑살랑 부는 바람도 느끼고 주변 풍경도 보이더라고요. 한강 중심에서 윈드서핑을 타고 있는 저를 남다르게 느꼈어요”
노을을 바라보고 바람과 밀고 당기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짜릿한 느낌을 혼자 즐길 수 없어 강사에 도전했다.
윈드서핑은 바람을 이용하는 서핑이다. 무동력으로 바람만 이용해서 스피드를 즐긴다는 점이 특징이다.
윈드서핑 보드는 ‘서프보드’ · ‘스탠드업패들보드’와 다르다. 휴대성과 편의성으로 패들보드 겸용 보드가 있지만 속도를 즐기는 윈드서핑과 다르다. 윈드서핑 보드는 스피드를 즐기는 ‘숏보드’, 직진성이 좋은 ‘롱보드’, 트릭(파도 · 점프)을 즐기는 ‘웨이브 보드’로 나뉜다.
“최근에는 ‘포일 보드’가 유행하고 있어요. 보드 밑에 비행기 날개처럼 큰 핀을 이어서 타는데 속도를 받아 플래닝에 걸리면 ‘날아라 슈퍼보드’처럼 붕 떠서 가요. 바람이 살살 불어도 플래닝에 쉽게 걸려 근래 세계 대회도 포일 보드로 규정이 바뀌고 있지만 핀 하나로 중심을 잡아야 해서 속도를 버틸 수 있는 상급자가 타야 합니다. 연습을 많이 해야 해요”
물에서 놀았던 소녀도 어려워했던 윈드서핑은 얼마나 타야 익숙할까.
“윈드서핑은 초보자와 플래닝*을 즐기는 레벨로 나눌 수 있어요. 초보자는 날씨에 따라 하루 이틀 만에도 탈 수 있죠. 가능한 한 나흘 정도 배워보라고 추천합니다. 어떤 바람에 타는지에 따라 적응 기간이 달라져요. 장비를 빌려서 탈 실력이 되려면 어떤 바람이 불더라도 출발지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 밖에 장비 세팅과 해체와 같은 기본 요령을 배우려면 강습을 적어도 네 번은 받아야 해요. 플래닝하려면 최소 일 년은 걸립니다”
* 플래닝: 윈드서핑 스피드 기본 중 하나로 충분한 속도에 도달했을 때 물 표면의 저항을 적게 받아 가속도가 붙는 기술
서퍼는 넓은 강과 바다만 있으면 윈드서핑을 떠올릴 것이다. 그는 뚝섬유원지 한강공원 내 윈드서핑장, 국제대회가 열리는 울산, 포항, 부산, 홀통 클럽과 왕모대, 왕산, 만리포 등 바람 방향이 좋은 해수욕장을 찾는다. 겨울철에는 바람이 잘 부는 필리핀 보라카이나 베트남으로 투어를 가는데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제주도에 가고 있다.
코로나19는 윈드서핑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전에는 서울과 지방에서 많은 대회가 열렸는데 요즘은 뜸해요. 해마다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시장배 전국윈드서핑대회’, ‘연합화장배 전국윈드서핑대회’, ‘서울컵국제윈드서핑대회’에 참가했어요”
2013년 ‘제18회 서울특별시장배 생활체육 윈드서핑대회’ 혼합오픈 신인상 1위, 2014년 ‘전국생활체육대축전’ 혼합오픈 여자부 윈드서핑 2위, 2019년 ‘서울컵 윈드서핑 대회’ 오픈 여자부 2위에 올라 실력을 인정받았다.
윈드서핑을 보면 ‘몸 하나 가눌 수 있어야 한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보드에서 바람을 느끼고 방향을 조종해야 버틸 수 있어서 머리와 몸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윈드서핑은 전신 · 코어 운동이다. “바람을 버틸 때 팔 힘을 쓰지 않고 복부 코어 근육을 쓰고, 중심을 잡으려고 전신 코어 근육을 써요. 장시간 타야 하므로 유산소 운동 효과도 있습니다. 5~60대 중·장년층과 초등학교 1학년도 배울 만큼 체력 소모가 많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죠. 뻥 뚫린 강과 바다에서 물과 바람을 가를 때 성취감도 들어요. 윈드서핑을 타는 동안은 바람 · 속도, 저한테 집중하죠”
그는 ‘자연풍과 서퍼 실력으로만 속도를 즐기면 어떤 기분일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만큼 짜릿하다는 뜻이다. 또한 오늘 잘 탔어도 다음 날 초보로 되돌아가는 묘한 매력도 있고, 바람과 속도가 조화를 이루면 즐거움이 두 배가 된다.
그는 전업 강사로 변신하고선 타는 재미보다 가르치는 재미에 빠져들고 있다. “서울 뚝섬유원지 한강공원에 있는 윈드서핑장 앞을 지나가는 분들이 ‘곧 60대인 나도 할 수 있냐'고 물어보세요. 제가 대답도 하기 전에 ‘난 늦었겠지!’, ‘나이 먹어서 무슨’이라고 말씀하시면 ‘시간 되면 해 보시겠어요. 옷 빌려 드릴게요’라고 하죠. 그날 입문하라고 권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멀어지거든요. 수업이 끝나면 ‘해 보니 별것 아니네’라고 하세요”
윈드서핑이 수상스포츠지만 수영을 못해도 할 수 있다. 그도 정식 수영은 못한다. “윈드서핑은 물 위에서 하는 운동이지만 수영과 무관해요. 구명조끼를 꼭 입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을 무서워한다면 물에 적응하는 과정도 거쳐요. 누구나 자신감만 있다면 배울 수 있죠. 물에 젖어도 되는 옷을 갖고 윈드서핑장을 찾아주세요. 처음이 어렵지 해 보면 어렵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 윈드서핑을 즐기는 여자 서퍼가 몇 명이고, 그중에 윈드서핑을 알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벅차다. “가끔 윈드서핑을 타면서 힘들어하는 여자 회원분께 ‘우리는 대한민국 50명 안에 드는 사람들이니 자부심을 가져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그에게 윈드서핑은 ‘인생 터닝포인트’였다. 서른 즈음에 강물처럼 흐른 세월을 돌이켜보니 윈드서핑 없는 인생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윈드서핑이 곧 제 자신이고, 해시태그 같아요. 사회 첫걸음부터 함께 했고, 삶에 영향을 끼쳤죠. 윈드서핑장에서 일하겠다는 무모한 도전이 오늘에 이르게 했듯,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어요. 뭐든지 고민하지 않고 해 보는 성향으로 바뀌었죠”
박 강사는 ‘수상 스포츠를 모두 경험해보자’라는 목표를 세웠다. 나아가 ‘윈드서핑계에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더 많은 사람이 한강에서 바람을 가르고 윈드서핑을 즐기는 모습을 그린다.
◆ '윈드서핑'이란
19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대회 정식 종목 채택
▶ 장비 구성
- 장비
리그부 · 보드부
- 리그부
세일(돛), 붐(손잡이), 마스트(세일 기둥), 어폴라인(세일을 들어올리는 줄) 조인트(보드와 연결해주는 장치)
- 보드부
보드 · 핀(직진성을 주는 키 역할) · 풋 스트랩(발을 고정할 수 있는 장치)
▶ 타는 법
- 보드 위에 서서 세일을 물 위에서 올려세운다.
- 바람에 따라 줄을 당겨 세일을 올릴 수 있고, 물속에서 바람을 받아 몸과 함께 일어날 수 있다.
- 발 위치와 붐(손잡이)에 손을 얹고 출발하면 자세에 따라 바람이 직각 방향인 ‘빔리치(직진) 방향’, ‘바람이 부는 방향(풍하)’, ‘바람을 거슬러서 올라가는 방향(풍상’)으로 탈 수 있다.
- 최대 각도는 직진 기준 양쪽으로 약 45도까지 가능하다.
- 허리에 보조 장비 ‘하네스’를 착용한다.
- 바람에 버티도록 도와줘 바람 세기를 이용해 속도를 올릴 수 있다.
- 하네스를 차고 풍하 방향으로 달리면 바람이 부는 방향이어서 가속도가 붙는다.
이를 ‘플래닝’이라고 하며, ‘윈드서핑의 꽃’이다.
- 플래닝 속도 구간에 다다르면 물에 저항을 덜 받으면서 속도가 더 오른다.
- 한강에서 평균 40~50km/h로 즐길 수 있고, 체감 속도는 80~90km/h까지 느낀다.
세계 신기록은 100km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방향 전환
- 풍하 · 풍상 방향
- 풍하 방향 전환 ‘자이빙’
- 풍상 방향 전환은 ‘테킹’
- 속도를 줄여 줄을 잡고 세일을 반 바퀴를 돌린다.
-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세일을 돌려 방향을 바꾼다.
- 줄을 잡고 하면 ‘로프 자이빙’ 또는 ‘로프 테킹’이라고 한다.
-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방향 전환하면 ‘스피드 자이빙’ 또는 ‘스피드 테킹’이라고 한다.
바람 이용
- 바람 부는 방향이 아니라 바람 부는 직각 방향으로 탄다.
- 세일과 바람이 부딪히면서 압력 차가 생기고 양력으로 움직인다.
- 바람 세기와 서퍼 몸무게에 따라 세일 크기가 달라진다.
- 바람 세기에 따라 서퍼가 버틸 수 있는 세일 크기를 선택해야 한다.
- 너무 크면 버틸 수 없어 오버가 나서 탈 수 없고, 너무 작은 세일을 선택하면 바람 세기가 부족해 속도를 낼 수 없다.
출처 : 동호인스포츠(http://www.life-sports.kr)
